주엽나무
Japanese Honey Locust , 皁莢 , サイカチ皁莢

 

동구릉에서...^^

 

식물분류학이란 학문의 체계가 잡혀 있는 지금도 같은 나무를 두고 여러 이름으로 부르거나 다른 나무를 같은 이름으로 부르고 있는 경우가 많아 혼란스럽다. 주엽나무와 조각자나무의 관계가 그렇다. 주엽나무는 전국에서 자라는 토종나무이고, 조각자나무는 중국에서 약재로 쓸 목적으로 수입하여 일부 지방에서 심고 있는 나무다. 하지만 외모는 주엽나무와 구분이 안 될 만큼 줄기와 잎 모양이 거의 같다. 다만 주엽나무의 열매는 꼬투리가 비꼬여 있고, 가시의 횡단면이 약간 납작한데 반해 조각자나무는 열매 꼬투리가 곧바르며 가시의 횡단면이 둥글다.

이렇게 두 나무는 모양도 비슷하고 옛 문헌 기록에서도 구분하지 않고 한꺼번에 취급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주엽나무 열매를 조협(皁莢)이라 하는데, 조협나무가 변하여 주엽나무가 되었다. 《동의보감》에 보면 “조협은 장조협(長皂莢), 저아조협(猪牙皂莢) 등 두 가지가 있다. 지금 의사들은 풍기를 없애는 알약이나 가루약에는 장조협을 쓰고, 이빨의 병과 적(積)을 낫게 하는 약에는 저아조협을 많이 쓴다. 성질과 맛은 대체로 비슷하다”라고 했다. 《산림경제》에도 같은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장조협은 조각자나무로 생각되고, 저아란 활처럼 휜 멧돼지 이빨을 말하니 열매 모양으로 보면 주엽나무에 해당한다. 이렇게 둘을 구분한 경우는 드물고 옛사람들은 같은 나무로 취급했다. <다음백과> <우리 나무의 세계 1 | 박상진 | 김영사>

 

주엽나무는 키 15미터 정도, 줄기둘레가 두세 아름에 이르는 큰 나무다. 굵은 가지가 사방으로 퍼지며, 작은 가지는 녹색이다. 나무껍질은 짙은 회색으로 나이를 먹어도 갈라지지 않는다. 줄기와 가지에는 직각으로 솟아오른 험상궂은 가시가 있는 것이 주엽나무 종류의 특징이다. 잔가지가 변형된 가시이므로 껍질이 변형된 장미나 음나무 가시와 달리 튼튼하게 뿌리를 박고 있다. 가시는 매년 생장을 하여 몇 번씩 가지를 쳐 길이가 한 뼘에 이르기도 한다.

이상하게 생긴 가시는 조각자(皁角刺)라고 하여 귀중한 약재로 쓴다. 《본초강목》에는 “대나무 속껍질을 나무에 둘러놓으면 하룻밤 사이에 가시가 저절로 떨어진다”라는 희한한 처방도 있다. 가시 떼기가 만만치 않았던 탓이다. 《동의보감》에 보면 조각자는 “터지지 않은 옹종을 터지게 한다. 이미 터진 때에는 약 기운을 끌고 가므로 모든 악창과 문둥병에 좋은 약이 된다”라고 했다. 《산림경제》에는 “갑작스런 뇌졸중 등 여러 가지 위급상황이 닥치면 조각자 가루를 먹인다”라고 하였으며, 책에 좀이 스는 것을 방지할 목적으로도 썼다. 그 외에 조각자를 땅속에 묻어두면 대나무가 뿌리를 뻗지 못하며, 조각자나 조협을 삶은 물로 빨래를 하면 때가 잘 빠진다고 한다. 나무껍질은 흑갈색 또는 암회색으로 매끈하다. 《천공개물》에 보면 “소금을 만들 때 물이 잘 엉기지 않으면 주엽나무 껍질을 찧어서 조와 벼의 겨를 섞어 끓을 때 넣고 저으면 소금이 곧 엉기게 된다”라고 했다. 잎은 달걀모양의 작은 잎이 5~8쌍씩 모여 짝수 깃꼴겹잎을 이룬다.

주엽나무는 이처럼 여러 가지 재료로 쓰인 나무이지만 남아 있는 고목은 드물다. 전북 고창군 대산면 중산리에 있는 나이 200년, 키 8미터, 줄기둘레가 두 아름이 조금 넘는 보호수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다. 조각자나무는 경북 안강 독락당의 천연기념물 115호로 지정된 키 15미터, 뿌리목 둘레가 세 아름이 넘는, 이언적 선생이 심었다는 5백 년 된 고목이 유일하게 남아 있다.

 

 

주엽나무는 쥐엽, 주염, 쥐엄나무 등 여러 가지 다른 이름으로도 불린다. 성서의 〈누가복음〉 15장에는 “그는 돼지가 먹는 쥐엄나무 열매로 배를 채워보려고 했지만 아무도 그에게 주지 않았습니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이때의 쥐엄나무(학명 Ceratonia siliqua)는 늘푸른나무로 주엽나무나 조각자나무와는 속(屬)이 다른 별개의 나무다.1) 기독교가 중국에 전파될 때 처음 번역한 사람들이 콩꼬투리의 생김새가 주엽나무와 비슷하다고 하여 붙인 이름이다. 우리나라는 주엽나무의 경기도 방언인 쥐엄나무로 번역했다.

우리 나무의 세계 1 | 박상진 | 김영사 <다음백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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