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개봉 뮤지컬영화 중 역대 최고 흥행을 보이는 ‘레미제라블’이 제70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3관왕에 올랐다. 세계 4대 뮤지컬로 불리는 동명 뮤지컬 제작자 카메론 매킨토시가 제작한 이 영국 영화는 ‘좋은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고전예술의 본분에 충실해 화제가 되고 있다. 진정한 선(善)은 원리원칙이 아니라 타인에 대한 자비와 관용이라는 메시지가 감동을 안기며, 노래하기엔 성량이 부족한 주연배우들의 ‘옥의 티’를 불식시켰다.
1월 13일(현지시간) 미국 LA에서 열린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레미제라블은 뮤지컬·코미디 부문 작품상과 남우주연상(‘장발장’ 역 휴 잭맨), 그리고 여우조연상(‘판틴’ 역 앤 헤서웨이)을 받았다. 영화는 오는 2월 24일 열릴 아카데미 시상식에도 이미 8개 부문 후보에 오른 상태. 골든 글로브 시상식이 아카데미 시상식의 전초전으로 인식돼온 터라 2월 말에도 레미제라블의 상복이 터질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다.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Victor-Marie Hugo, 1802~1885)의 ‘레미제라블’이 원작인 뮤지컬영화 ‘레미제라블’. 세계 4대 뮤지컬 중 하나인 동명 뮤지컬 제작자 카메론 매킨토시와 ‘킹스 스피치’의 톰 후퍼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는 '타인에 대한 자비와 관용이 진정한 선(善)'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음악극으로 표현, 원작 이상의 전달력과 완성도를 보인다. 사진=UPI코리아
▼영화는 1월 13일(현지시간) 미국 LA에서 열린 제70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작품상, 남우주연상(휴 잭맨·오른쪽), 여우조연상(앤 헤서웨이·가운데) 등 3개 부분을 수상했다. 이 영화는 오는 2월 24일 열릴 제85회 아카데미상에도 이미 8개 부문 후보에 오른 상태다. 사진=ROBYN BECK/AFP/Getty Images
원작의 업그레이드 격
뮤지컬영화 ‘레미제라블’은 1862년 출간된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을 영화로 만든 것. 세계 4대 뮤지컬로 불리는 동명 뮤지컬(1985년 초연) 제작자인 카메론 매킨토시가 이 영화도 제작했다. 위고의 소설 레미제라블은 주인공인 가석방죄수 장발장(Jean Valjean)이 20년의 도망 생애 속에서 선(善)을 깨닫고, 결정적인 갈림길에서 악을 억제하고 선을 실천하는 일종 해탈의 과정을 그렸다. 프랑스혁명 이후 비참한 시민들의 모습을 다루기도 한 이 소설은 주요 줄거리가 전개되다가 사회 배경이 방대하게 섞이는 바람에 끝까지 독파하기가 어렵다고도 알려졌다. 주제를 극화(劇化)하는 뮤지컬 형식은 작품의 몰입도를 높이는 동시에 메시지를 더욱 선명하게 부각했다. 원작의 ‘업그레이드’ 격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 영화는 인생(人生)의 중요한 방향을 효과적으로 제시한다.
불후의 주제: 원한을 善으로 갚는 ‘영혼의 승화’
자베르 경감: “왜 날 죽이지 않지? 자네가 기다려온 날일 텐데”
장발장: “난 자넬 원망하지 않아. 자넨 맡은 일에 충실했던 것뿐이네.”
레미제라블의 메시지는 이 부분에서 가장 명확히 드러난다.
굶주린 조카를 위해 빵을 훔쳤다 19년형을 살고 가석방된 장발장은 이후에도 자베르 경감의 감시 대상이었다. ‘가석방 신분’으로 일자리를 못 구해 숨어버린 장발장을 자베르 경감은 죽을 때까지 쫓아가 잡겠다는 태세였다. 법을 집행하는 것은 자베르 경감에게 ‘신의 뜻’이자 ‘선(善)의 실천’이었다. 그러나 대학생들의 혁명을 처단하기 위해 혁명군에 잠입한 자베르는 신분이 들켜 결박되고, 그 곳에서 우연히 장발장과 마주친다. 이때 자베르의 예상과 달리 장발장은 결박된 자베르를 몰래 풀어주고, 자베르는 이해할 수 없어하며 복수의 기회를 잡지 않은 이유를 묻는다. 장발장은 끈질기게 자신을 잡으려던 자베르를 원망하지 않는다고 대답한다. ‘경찰로서 맡은 일에 충실한’ 자베르의 관점을 관용함으로써 자비를 실천한 것이다.
빅토르 위고는 프랑스혁명 후 19세기의 빈곤과 가혹한 형벌 속에서 정의와 양심, 용서, 혁명, 구원을 고민했다. 제목 ‘레미제라블(Les Miserables)’은 프랑스어로 ‘비참한 사람들’이란 뜻이다. 위고는 그런 비참한 현실에 대한 답안이 악(惡)을 버리고 선(善)을 좇는 것이라는 것을 작품 전체에서 그리고 있다. 영화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장발장, 판핀, 혁명을 꿈꾼 대학생들의 사후 세계 묘사에 이 부분이 잘 드러난다. 혁명을 시도한 대학생들은 ‘분노’로 가득한 혁명가를 불렀지만, 그들이 죽어서 장발장과 함께 부르는 노랫말엔 분노라는 단어 대신 ‘사랑’이라는 단어가 많이 나온다.
레미제라블 상영관에서 장발장의 행보에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관객이 쉽게 보인다. 뮤지컬영화 레미제라블은 지난 11일 역대 국내 개봉 뮤지컬영화 최고 흥행기록인 ‘맘마미아’(2008)의 453만 676명을 넘어선 데 이어, 1월 16일에는 500만 명을 돌파할 것이 확실시된다.
서효빈 기자 shbin@epoch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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